서심화야(書心畵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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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스터디 서심화야
by 도노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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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심화야는 피드백 의무제입니다.


글을 읽으신 뒤 비밀 덧글로 감상을 보내 주세요!


주최의 개인 연락처로 보내주셔도 무방합니다.


2. 들여쓰기나 엔터 등은 따로 편집하지 않았습니다. 


수정이 필요하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3. 각 작품에는 다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참여자 : 나무, 칼립소, 펫치펫치


사유펑크 : 달이삭, 디, 진홍


무단펑크 : 도노, 해인




서심화야 3회차


'코딩'




*




1

Hello, world!




사람들이 말하길. 내가 짠 프로그래밍에 문제가 가득하단걸 알았다면, 일단 닥치고 C언어로 짜라고 했었지. 맞는 말이야. 그 날도 별 다를 바 없었어. 내 새끼나 다름없는 AI가 별안간 오작동을 일으키기에, 정지시키고 혼자 디버깅 하겠답시고 C로 열었지. 하지만 연산에 문제를 가득 일으키던 AI에는 문제가 없었어. 코드는 만들었던 그대로 완벽했고. 이상하다. 이상하다. 생각하다가. 진짜 기초로 돌아가기로 했어.


#include <stdio.h>


int main(void)

{

    printf("Hello, world\n");

    return 0;

}


어려운 소리 같지? 그냥 화면에 Hello, world!를 띄우는 C언어 코드일 뿐야. 다만... 결과물이 좀 이상했지. 깜장 화면에 글자 뜨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Helllo, world!


라고 뜨는 거 있지 않냐. l이 하나 더 뜬거야. 그제야 나는 확실히 뭔가 버그가 있을 거라고 단정 지었지. 그 후로 며칠간 마운틴 듀하고 피자나 엄청 들이키고 씹어 먹으면서 용썼지. 멀쩡해 보여도 버그라고 생각하는 곳은 아예 갈아엎어서 새로 코딩하고, 심증 가는 곳은 죄다 재구성했어. 그리고 다시 쳐봤지. 헬로, 월드! 말야.


Helllo, wworld!


이거 보자마자 아주 빡이쳐서. 내 이쁜 새끼를 아주 물리적으로 개작살 낼 뻔 했다니까. 며칠간 밤샘 코딩을 했더니 버그가 없어지기는 무슨, 또 저 지랄이면 무슨 심정인지 알기나 해? 밤낮 고생하면서 정말로 육안으로 볼 때 완벽한 엔틱 책장을 만들었는데, 책을 놓으면 중력 역전이라도 일어나는지 책이 옆으로 눕고, 모로 서고, 거꾸로 붙고. 평행을 확실히 맞춰서 사포로 간 바닥은 건드릴때마다 덜걱거리며 흔들리는. 그런 병신 같은 상황이야. 이해가 좀 가려나?


그런데 뭐 어떻게 해. 프로그래머는 닥치고 C를 믿고, 다시 코딩할 뿐이지. 이번에는 아예 우리 귀여운 새끼의 코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 짰어. 뭐, 다른 놈들 같은 경우엔 회사 하나 급의 프로그래머들이 달려들어서 몇 년간 고생해야 할 노고지만. 내가 누구냐. 뱃살에 잡히는 살집만큼 세계에서 알아주는 일류 프로그래머 월트님이 아니시더냐. 혼자 하나 붙들고 세 달만에 다시 만들어냈어.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믿어. 나는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한 슈퍼 히어로급 프로그래머라고. 확실하게 계산한 코드들은 토씨하나 안 틀리고 다시 구축되었어. AI 하나가 더 만들어 진거지. 나는 홀가분해져서 다시 한 번 완성된 AI에 헬로 월드를 쳤지.


Helllo, wworlt!


이 씨부랄 잡것이.


물리적으로 내 이쁜 새... 아니, 개 씨발놈의 조질놈의 죽일놈의 연산장치를 안 건들래야 안 건들수가 없더라고. 길거리에서 5달러짜리 특대 치미창가를 노점상에서 발견한 때처럼 스스로의 충동을 못 이겼지. 뚱뚱한 발에 매겨진 슬리퍼 바닥으로 쾅 하고 연산장치를 밟으니까 말이야. 화면에 노이즈가 끼면서 뜨는 것이 달라지데?


Hell lo,w worlt!


‘지옥에나 떨어,져라 월트!’ 라니. 퍼뜩 무서워졌어. 등골이 서늘해졌지. 코딩은 완벽하고, 새로 구축해낸 프로그램에서 정말 예상도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건 분명 프로그램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상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난 정신이 멀쩡했어. 물론 몇날며칠을 트리플 쿼터 파운더 버거와 특대사이즈 페퍼로니 피자. 2L짜리 코카콜라로 지새는 몸이지만. 정신은 멀쩡했다고. 결국 결론 내린 것은 이거였어. 분명 이 사태는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프로그램에 악마가 들려서 그랬던 거라고. 초자연적 현상 따윈 안 믿는 독실한 알고리즘의 신도로서, 이런 결론밖에 못 내겠더라.


= = =


“그래서.”

“믿어줘요!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AI가 지 알아서 해킹을 시도한 거라니까!”


구둣발로 땅바닥에 엎어진 살덩어리 남자를 한 번 더 콱 하고 짓밟았다. 끄익 하는 소리가 두터운 입에서 힘겹게 새어나왔다. 곧 귓가의 리시버에 손가락을 대고 송신했다.


“코너. 코너. 여기는 카일. 귀소 통신상태 양호한지.”

- 여기는 코너. 통신상태 양호. 작전상황은.

“용의자 확보 완료. 후송 지원바람.”

- 양호. 도착까지 소요시간 20분. 교신종료.

“교신종료. 수고하라.”


리시버에서 손을 떼고서 아직 바닥에서 버둥대는 사람을 말끄러미 지켜본다.


“맘 같으면 그냥 네 대갈통을 날려버리고 저항하기에 쏠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하고 싶은걸.”

“하지 마요! 그러지 말라니까! 내가 아니면 저 귀신들린 AI를 막을 사람은 없어!”

“헛소리는 작작 해. 까고 말해서, 유력 국가들 국방망을 해킹 해다가 핵미사일로 상호확증파괴를 정말 실천하려던 새끼한테는 인권 같은걸 주고 싶지 않아.”

“맹세컨대, 내가 한 게 아니라니까! 지금도 시간이 없어! 저 귀신들린 AI가 실행하고 있는 자동 프로토콜을 막아야 한다구!”


살덩어리는 바닥의 먼지를 들이켜 가면서 쉰 목소리로 깩깩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하지만 구둣발에 밟힌 육중한 몸을 일으킬 힘은 없었다. 힐긋 모니터를 봤다. ‘Hell lo,w worlt!’ 가 띄워진 검은 화면과 더불어. 무언가 진척 되는 듯한 진행창이 띄워져 있었다. 진행창의 제목엔 ‘Skynet - Hell lo,w worlt!’라 명명되어 있었고. 88%가 막 채워지고 있었다.


“제발요. 아가씨. 아까까지 주구장창 말했던 오작동은 저 AI가 미 국방성이랑 러시아의 크레믈린 국방망을 해킹하려고 저 혼자서 실행되기 시작한 걸 이야기 한거고.. 저는 그걸 막으려고 한 거라니까!”

“시끄러워 돼지새끼야.”


덜 진압된 것 같아, 등짝을 한 번 더 콱 밟아버렸다. 이제 뚱뚱이 해커는 숫제 울기 시작했다.


“엄마! 엄마아앙아...!! 적어도 죽는다면 좀비 아포칼립스에서 살다 죽고 싶었는데! 뉴클리어 아포칼립스는 초반에 너무 살기 어렵단 말야!”

“조용히 하라고, 정말 대가리에 바람구멍 내기 전에.”


다시 모니터를 본다. 진척상황은 91%. 예상외로 빨랐다. 살짝 초조해졌다. 프로그램 이름이야 이놈이 짓기 나름이지만. 왜 하필 스카이넷이란 말인가. 게다가 해커가 말하는 투에도 거짓을 담은 투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었다. 발밑에 깔려있는 것 때문에 비굴해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제 진척은 93%. 아마 후송 헬기가 도착하기도 전에 100%가 될 속도였다.


“저기요. 저기요? 제발이요. 우리도 그렇고, 세상 사람들이 전부 다 핵의 화염에 휩싸일 거라니까...?”

“.....”


95%.


“다 죽을거야.. 다 죽고말거야...”

“지금 놔주면 복구가 가능해?”


여지를 주자, 해커는 화색을 띄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볼을 바닥에 비볐다.


“그럼요!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국방성에서도 외주를 받는 일류 프로그래머니까! 지금 풀어주시면 바로 복구가 가능해요!”

“.....”

“얼른! 이 이상이면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다구요!”


97%. ‘Hell lo,w worlt!’ 라는 문구가 더욱 섬짓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왜 가만히 있는데요! 왜 이래요! 풀어준다면서!”

“입 다물어.”

“다 죽는구나! 다 죽어! 22세기를 못 보고 이렇게 가는구나!!”


한숨을 쉬면서 뒷목을 굽으로 뻐억 밟자, 해커는 끄윽 소리를 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부르르 떨었다. 99%. 곧 100%. 진행창이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귓가에 낀 리시버에서 송신이 들어왔다.


- 카일. 카일. 여기는 코너. 응답하라.

“여기는 카일. 무슨 일인가.”

- 용의자 진압 후에도 계속해서 핵 사일로 발사코드를 해킹 시도하던 프로그램이 방금 정지되었다. 상황 완전 종료. 귀소 상황은 어떠한가? 프로그램 중지는 그쪽에서 시도 한 건가?

“그렇다. 코너. 이곳에서 해결했다.”

- 수고했다 카일. 후송 헬기가 5분 내로 도착한다. 용의자 제압 상태로 대기하도록.

“알았다. 교신종료.”


눈을 몇 번 깜빡인다.


“네가 다 망쳐버렸어, 이 썅년...!”

“조용히 좀 하라니까. 몇 번을 말해.”


혐오스런 살덩어리는 몸에 총알을 한 탄창 전부 박아버리니 욕설과 몸부림을 멈췄다. 구둣발을 몸 위에서 치우고 모니터 앞으로 가까이 갔다. ‘Hell lo,w worlt!’라고 써진 검은 화면이 종료되더니, 다른 검은 화면이 새로 띄워졌다.


Hello, world! :)


따라서 피식 웃었다.


“잘 했어, 스카이넷.”


약간 찌그러진 연산장치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2

  타닥이는 타자소리가 책상 위에 무수하게 쌓아올려진 에너지 드링크와 종이 탑이 만들어낸 음울한 그림자와 기묘하게 어울리다가 컴퓨터의 냉각 팬 소리에 잘게 부서져 내렸다. 잔뜩 어질러진 책상 앞에는 옷매무새를 단정치 못하게 흐트러뜨린 남자가 앉아있었다. 남자의 얼굴에는 짜증과 피로가 잔뜩 드리워져 있었다. 문득 남자는 한참 이어지던 타자소리를 멈추고는,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기계가 돌아가는 소음들이 가득한 와중에 제 목젖 너머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고 생각하며 남자는 조심스레 컴파일 버튼을 눌렀다.


“...아흐...”

“또 실패야?”

 

  떡진 머리칼을 부여잡으며 더러운 책상위에 웅크려 오열하는 남자에게 향긋한 커피향과 함께 한 여자가 다가왔다. 세상 잃은 표정으로 저를 올려다보던 남자의 얼굴 앞에 커피잔을 내려놓은 여자는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남자를 바라보았다.

 

“디버깅 했어?”

“...했지.”

“이번에는 뭐가 문제야?”

 

 행여나 컴퓨터에 쏟을 새라 조심스럽게 커피 잔을 들어 올려 홀짝이던 남자는 모호한 표정으로 여자를 올려다보다 화면으로 눈을 돌리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답했다.

 

“전부 말해줘?”

“큰 것만.”

“......그룹 함수끼리 충돌했어. 사소한 충돌이라면 어떻게 다시 해보겠는데 무한루프가 떠서. 좀 많이 골치 아파졌지.”

“어디가 문제인지는 알 것 같아?”

“세부적으로 뜯어봐야 할 것 같아. 전체적인 코드는 문제가 없는데...결과로 도출된 값들 중 서로에게 엄청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들이 있었겠지.”

“모른다는 거네.”

“.......”

 

 그으래, 하고 이제는 제 얼굴을 잡아 뜯는 남자를 바라보던 여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디 하루 이틀 일이던가. 아직 내공이 덜 쌓였네. 라고 중얼거리며 여자는 작게 웃어보였다. 내가 처음에 프로그램을 짜던 때는 어땠더라. 울면서 버그 잡았던 것 같은데. 여자는 먼 옛 기억을 더듬어보다, 이제는 책상에 머리를 쿵쿵 박고 있는 남자를 말리고는 이마에 입 맞추었다.

 

“수고가 많아.”

“...그래봤자 너한테 비하면 엄살 이란 건 나도 알고 있어.”

 

 쑥스러운 듯 짐짓 성난 표정으로 저를 뿌리치는 남자의 광대 어귀에 칠해진 붉은 기미를 눈치 챈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프로그래머의, 사랑하는 동생의 투정은 귀엽지 않은가. 질색하는 남자를 무시하고 그의 머리에 팔을 걸치고 화면을 훑어보던 여자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재밌지, 이렇게나 완벽해 보이는데 실행하면 에러를 일으키고, 우리는 그걸 또 찾고.”

“...그게 재밌어?”

“사실은, 아니. 힘들고 고된 일이지. 뭘 고쳐야 할지 감도 잘 오지 않고. 지금만 봐도 겉으로 볼 때는 어디서 문제가 일어난 지 쉽게 알아채기 힘들잖아.”

“때려치고 싶어.”

“어쩌겠어. 돈 받으려면 해야지. 참 어려운 일이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데 프로그램을 짬에 있어서는 두 수, 세 수 앞을 내다보는 것만으로 부족해.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시물레이션하고, 시물레이션하고, 시물레이션 해야 하지. 그래도 톱니가 완전히 맞아서 돌아가는 일은 드물고. 사는게 그렇듯이 말이야.”

“맞아. 아무리 시물레이션 하더라도 변수가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몰라.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발견한다면 그것을 대처하기 위해 수많은 코드가 튀어나오고, 그 코드들을 받쳐줄 수 많은 코드들이 튀어나오고...끝이 있을지 잘 모르겠어.”

“끝은 있을 거야. 시작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잔뜩 인상을 쓰며 투덜이는 남자를 바라보던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토닥이며 피식 웃어보였다. 프로그램을 완전히 다 짠 후에도 약간의 버그는 남아 있기 마련이고, 그 때마다 패치를 해야 하겠지만 언젠가 프로그램도 종료가 되겠지. 남자 또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음을 여자는 알 수 있었다. 그의 똥이라도 씹은 듯한 표정을 보면 누구라도 그 사실을 알리라.

 

“어쨌든, 힘내. 다른건 괜찮네. 이대로 가면 될거야.”

“그랬으면 좋겠다. 커피 고마워.”

“별말을. 프로그램 이름이 뭐야?”

 

 여자의 물음에 남자는 자부심 가득한 뿌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밉다 싫다 아무리 말한들 어떻게 자신이 만들어낸 법칙들이 가득히 담긴 창조물을 싫어할 수 있을까. 남자와 여자는 서로 시선을 맞대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씨익 웃어보였다.

 

“인간(Human)." 



3

’Runtime Error!‘

그럴 리가 없는데. 화면에 나타난 메시지에 얼굴을 찡그리며 에러창을 닫고 폴더를 열었다. C드라이브에 사용자에 또 어딘가로. 여러 개의 폴더를 지나 마지막을 누르자 파일은 있었다. 그러나 철자가 잘못되었다. 예은은 한숨을 쉬고는 파일의 철자를 고쳤다. 조별과제 시작 한 달째. 아직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앞이 막막했다. 학교에서는 프로그래밍 시간에 1학기와 2학기를 통틀어 가장 배점이 높은 수행평가 하나를 냈다. 취업하는 애들의 포트폴리오를 위한 프로그램 만들기. 알려준 것도 별로 없으면서 왜 이런 걸 하라고 한 대. 예은은 투덜거렸다. 그 프로그램 만들기도 혼자서 하면 좋겠지만 친절하게 선생님은 조를 짜서 주었고, 그녀는 조에서 프로그래밍 점수가 가장 높다는 이유로 조장이 되었다. 따단, 가지도 않을 대학의 고통을 미리 맛보고 있답니다. 이 말을 에밈과 이현에게 하자 이현은 웃으면서 힘내라고 했다. 조별과제에서 조장은 고통의 시작이며 앞으로 영혼이 갈릴 거라고. 평소에 조별과제 경험담들에서 누가 연락을 안 받고 누구는 오지 않는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예은은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인이상 도망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업시간에는 어느 정도 참여했지만 방과 후에 실습실에서 프로그래밍을 하자 도망치는 조원들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청소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며 나가서는 분리수거 통째로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조원들의 머리채를 잡고 실습실로 끌고 간 예은은 그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프로그래밍을 못했다.그녀 역시 좋은 성적은 아니고 반에서 중간정도의 실력이었지만 프로그래밍을 제일 잘 한다고 조장인 된 만큼 나머지 역시 결코 좋은 실력은 되지 못했다. 실습실에 둘러 앉아 한참 토의하던 그들은 첫날 정했던 역할 분배를 다시 했다. 프로그래밍 예은, 그 외의 파일 작성, 그래픽, 발표, 보고서 작성 등의 잡다한 일은 나머지. 기본적인 파일만 만들고 나머지를 조합하는 일을 예은이 맡게 되었지만 상황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 간단한 파일을 만드는 데도 파일 이름의 철자를 틀리고, 정해둔 것과 다른 이름을 쓰거나 내용이 잘못되었다. 지금 이렇게 말이다. 그녀는 다른 폴더들을 뒤져가며 파일 이름을 맞추고 파일의 오류를 수정했다. 아아, 죽고 싶다. 아냐, 때려 치고 빵 만들고 싶다. 예은은 당장 뒤엎고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꾹꾹 참으며 코딩했다.

‘Runtime Error!’

맙소사, 폴더가 통째로 없잖아.

예은은 마우스를 뽑아서 조원들 머리에 박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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